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괴담, 한국 여성의 자궁경부암 예방 위해 사라져야
2018/05/17 12: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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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궁경부암 부작용 근거 日 논문, 국제학술지에서 게재 철회 밝혀
- 2016년 자궁경부암 진료 환자 수 5만7100명, 무료 백신 접종도 50%대 그쳐
- “산부인과 HPV 백신 접종 및 정기적 자궁검진 등 예방노력 더 기울여야”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이충훈)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해주는 인유두종(HPV) 백신이 위험하다는 근거로 제시됐던 일본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서 게재 철회 결정을 받았다는 5월 11일 발표에 대해 ‘이번 기회에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괴담이 완전히 종식되어, 한국 여성들이 백신접종을 통해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계기가 바란다’는 논평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11일 일본 도쿄의대 도시히로 나카지마 교수 연구진이 2016년 11월 발표한 인유두종(HPV) 백신 논문의 게재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나카지마 교수는 당시 논문에서 쥐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했더니 운동 기능과 뇌에 손상이 유발됐다고 밝혀 일본 및 한국의 백신 접종 반대론자들의 근거로 이 논문이 활용되어 왔다.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해당 논문 철회 이유로, 일반적인 접종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백신이 주사 되었고, 동시에 뇌의 이물질 차단벽을 허무는 독소도 같이 투여함으로써 쥐의 뇌에 과도한 양의 백신이 들어가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3년 인유두종바이러스 예방 백신을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시켰으나, 접종 부작용 보고 이후 같은 해 6월 적극 권장을 중지한 바 있고 현재 일본의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 접종률은 0.5%에 그치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공포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일본에서 2013년 처음으로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뒤 2014년 국내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접종률이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아직도 일본 사건 이전인 2012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6월 ‘건강여성첫걸음클리닉’이라는 국비 사업으로 만 12~13세 여성들에게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의 무료접종 및 초경시기의 여성건강을 상담하는 사업을 시작했으나, 사업 시행 1년 보고 기준으로 1차 접종 비율이 2017년 50%, 2018년 52% 수준으로 접종 대상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자궁경부암연구회 조병구 위원에 따르면 이번 논문 철회 이전에도 부작용 공포에 근거가 없음을 지적하는 논문 발표가 여러 경로로 무수히 많았다. 무라나카 리토 교토대 교수가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일본 사회의 공포감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린 공으로 작년 연말 존 매덕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백신 미접종 일본여성들의 자궁경부암 발병 위험성이 접종여성보다 9배 높다는 니가타대학 연구결과를 토대로 일본산부인과학회가 2016년 8월 최대한 빨리 일본 내 백신접종을 재개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7년 7월 일본 후생성 산하 ‘HPV 백신 거부반응 조사위원회’는 백신 부작용 대부분이 심리적 원인에 따른 것이며, 접종 이후 한 달 내에 생긴 이상증상은 백신 부작용이라 보기 어렵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 존 매덕스 상 : 과학 저널 Nature와 콘 재단(Kohn Foundation), 자선단체 센스어바웃사이언스(Sense About Science)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존 매덕스 상(John Maddox Prize)은 공익을 위해 과학과 근거(evidence)를 진흥하는 데 용기를 발휘한 개인을 기리는 권위있는 상

조병구 위원은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중요한 이유는 국내 자궁경부암 발병환자 수가 늘고,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6년 5만7100여명으로 2012년 대비 5년간 8% 증가하는 동안 20대 환자수는 동기간 15% 증가했고, 30대는 13% 증가하는 등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은 대부분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으로, 여성의 절반 가량이 성생활을 시작한 지 3년 내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첫 성경험의 연령이 낮아지고, 성생활 개방 풍토가 확산되면서 최근 20~30대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로 풀이된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고, 년 1회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만으로도 상당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2016년 한 해에만 자궁경부암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가 5만7100명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예방 노력은 매우 미흡하다. 2016년 국가암검진 중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53%였고, 이중 20대는 26.9%만 검진을 받아 수검율이 매우 저조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충훈 회장은 “과학적이지 않은 연구 및 논란으로 한국에도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 접종 거부 사태를 야기한 일본 후생성과 연구진은 적기에 백신 접종을 통해 자궁경부암 등을 예방할 기회를 놓친 한국 여성들에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0년전부터 산부인과전문의들의 무료 봉사를 통해 자궁경부암, 피임, 생리질환 등에 대한 궁금증에 답변하고 정확한 의학지식을 홍보하는 여성건강증진 온라인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런 노력들은 백신 부작용 괴담 등 과학적 근거가 없는 지식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의학 분야의 지식들이 여성 건강에 끼치는 해악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충훈 회장은 “여성들이 자신의 생리양상 등 건강 상태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산부인과나 여성의원의 진료를 받는다면, 각종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리불순, 심한 생리통 등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마이보라 같은 피임약 복용으로 상당 부분 좋아지기도 하지만, 다른 여성질환의 증상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 12~13세 소녀를 둔 학부모들은 초경 무렵 자녀들이 생리양상에 어떤 변화가 올 때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한지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산부인과나 여성의원에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국가접종을 받는다면 자녀의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정숙경북 kimjungsuk@crey.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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